
노력의 배신이라니 제목부터 배신감을 느끼도록 한다. 노력만 하면 뭐든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듣고 살았던 것 같다. 나는 그 말을 신봉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사회가 정하는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보니 너도나도 대졸자에 학력인플레이션이 생겨났고 4년제 학위는 과거 부모님 세대처럼 평범함이라는 것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것들이 계속 생겨나니 지쳐갔다. 노력했다 하더라도 모두가 노력하면 노력이라는 가치가 상실되었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같이 노력의 결과와 상관없이 현시대의 상황에 따라 그동안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노력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은 나 자신이 못나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학대하는데 그러지 말고 그런 환경을 방치한 정부나 사회를 탓하라고 하고 있다.
최근 지하철역 같은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느닷없이 칼부림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만 여겨졌던 일들이 발생하니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가해자들이 사회와 피해자들에게 끼친 피해만큼 엄벌에 처해져야 하고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한국 사람들을 보면 화가 많다는 느낌이 든다. 꼭 한번 건드려 보라고 하듯 말이다. 왜 화가 많아졌을까? 많은 사회적 원인이 있겠지만 일부 원인 중의 하나로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아닌 사람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어서 그럴 수도 있고 개인이나 사회에 대해 엄격한 것 같다. 대중교통 첫차를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과 연령대별로 사회가 정해 놓은 뭔가를 쉴 새 없이 하는 모습이 우리의 부지런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두가 같이 노력하면 노력에 의미가 없다. 고 이어령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모두 같은 방향으로 뛰면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에 따라 낙오자가 생긴다.
노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회지만 모두가 노력하면 결국 재능, 환경이 뛰어난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쟁취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데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거나 내성이 적을수록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고립시키는 트리거가 되는 것 같다. 분명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한 불만이 쌓여 스스로 해소하지 못한 채 폭발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 같다. 범죄자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개인 스스로는 그 불만을 남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시도를 계속해야겠다.
개인의 성공이 재능이나 환경이 뒷받침이 된 것이기 때문에 노력에 실패한 자들에 비난과 쓴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말 그대로 운이 어느 정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유전자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과 집안의 경제력 말이다. 노력이 학업에 영향을 주는 것이 4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이미 순위가 매겨진 경기에 여전히 몇십만 명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학업에서 나는 몇 시간을 내야 하던 것이 누구는 몇 분 만에 해내는 모습을 보고 좌절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재능이 있는 사람이 노력까지 하면 복리 효과처럼 폭발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그럼 우리는 아무 노력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각자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와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재능을 탐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죽음 앞에서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재능을 빨리 발견한다면 감사하며 그 재능을 통해 성장하며 다른 사람을 돕고 그게 아니라면 다양한 도전에서 얻는 교훈을 가지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면 될 것 같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나를 학대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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